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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에서 배우는 공동체의 힘, 현대 교회에 주는 메시지

by mcstory7 2025. 5. 14.

성모마리아 돌조각상 사진

1. 작지만 단단한 믿음의 울타리, 공소란 무엇인가

도심의 바쁜 일상 속에서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단어, ‘공소(公所)’. 하지만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공소는 결코 작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공소는 성직자가 상주하지 않는 지역에서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신앙 공동체로, 특히 시골이나 산간, 섬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신앙의 중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미사가 없는 날에도 묵주기도와 말씀 봉독을 통해 공동체는 이어졌고, 공소 회장을 중심으로 신자들은 서로 돌보며 믿음을 지켜왔습니다.

공소는 단순한 예배의 공간을 넘어, 함께 기도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삶 자체가 신앙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중한 신앙의 학교였습니다.

 

2. 공소가 보여준 공동체의 힘

공소는 말 그대로 교회가 없는 곳에서의 교회였습니다. 신부님의 부재는 오히려 평신도의 책임을 자극했고,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하였습니다.

공소 안에서는 누군가가 특별히 앞서기보다는,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기도하고 봉사하며 서로를 돕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어르신이 병석에 누우면, 다른 신자들이 기도해주고 반찬을 나르며, 가족처럼 함께 슬퍼하고 위로했습니다.
또한 명절이나 성모의 달에는 함께 청소하고 꽃을 준비하며 공소를 아름답게 꾸미는 손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습은 신앙이란 단지 지식이나 의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힘임을 보여줍니다. 공소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것은 그 어떤 강론이나 교리보다도 강력한 신앙의 증거였지요.

 

3. 현대 교회에 주는 공소의 메시지

오늘날의 교회는 건물도 크고 프로그램도 풍부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교회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주일미사는 가득하지만, 서로의 삶을 모르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누군가의 슬픔에 귀 기울이기보다, 나의 자리만 지키고 돌아오는 일상. 현대 교회가 잃고 있는 것은 어쩌면 공소에서 당연하던 관계나눔일지 모릅니다.

공소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옆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까?”
공동체 안에서 함께 슬퍼하고, 기뻐해본 적이 있습니까?”

현대 교회가 공소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건 대단한 프로그램이나 큰 행사보다, 작은 관심과 따뜻한 인사입니다. 공소는 그것을 수십 년 동안 실천해온 곳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교회가 회복해야 할 신앙의 본질이 아닐까요?

 

4. 맺음말: 공소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야 할 가치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어떤 마을에서는 네댓 명의 어르신들이 공소에 모여 기도를 드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작은 등잔불 아래서 나누는 묵주기도, 말없이 전하는 눈빛과 손길, 그리고 하느님께 올리는 간절한 소망.
이 모든 것이 공소가 가진 진정한 신앙의 힘입니다.

공소는 단순히 성당 없는 마을의 대체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대와 형식을 뛰어넘어, 공동체의 본질, 서로를 위하는 삶을 보여주는 신앙의 본보기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교회 공동체의 의미를 고민할 때, 공소는 그 답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신앙은 함께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작은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