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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없는 성당, 공소예절의 영적 의미

by mcstory7 2025. 5. 15.

조용한 성당에서 피어나는 신앙의 숨결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하느님과의 만남을 미사 시간에만 한정짓곤 합니다. 주일 아침 성당에 나가 미사를 드리고 성체를 영하는 시간이 가장 거룩한 순간이라는 믿음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사가 없는 날이나 사제가 없는 자리에서 하느님이 부재하신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농촌이나 도서지역처럼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곳에서는, 주일에도 신부님이 오시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그런 날, 신자들은 스스로 모여 공소예절을 드립니다. 미사가 없는 자리에서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기도와 말씀,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 예절은 오늘날 교회가 회복해야 할 신앙의 본질을 조용히 가르쳐줍니다.

그렇다면, 사제 없이 드리는 공소예절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왜 소중할까요?

성모마리아상(황동) 사진

 

1. 공소예절은 하느님의 현존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공소예절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비록 성체성사는 없지만 하느님은 여전히 우리 가운데 계신다는 믿음을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공소에서 드려지는 말씀 전례와 묵주기도, 공동 기도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주님, 우리는 오늘도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신앙 고백입니다.

비어 있는 감실 앞에서 드리는 기도, 사제 없이 낭독되는 복음 말씀, 조용히 흘러나오는 성가 속에서도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소예절은 바로 이처럼, 형식보다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민감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2. 공소예절은 공동체의 신앙을 지키는 자리입니다

미사가 없는 날, 교우들이 공소에 모인다는 것은 단순한 종교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신앙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지켜간다는 선언입니다.
공소예절에서는 신자 각자가 제 역할을 나누어 맡습니다. 어떤 이는 말씀을 읽고, 어떤 이는 성가를 인도하며, 누군가는 조용히 제단을 준비합니다.

이러한 참여를 통해 공동체는 스스로의 신앙을 다지고, 누군가의 신앙이 흔들릴 때 서로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아이들과 청년들이 이러한 모습 속에서 자라날 때, 신앙은 단지 가르침이 아니라 삶 속에서 배우는 가치로 전해집니다.

 

 

3. 공소예절은 평신도의 사명을 꽃피우는 길입니다

공소예절은 사제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드리는 대체 예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자리는 평신도가 신앙의 주체로 서는 무대입니다.
예절을 준비하고 이끄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교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이러한 평신도 중심의 참여는 교회의 본래 정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초대교회 시절, 신자들은 집집마다 모여 말씀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오늘날 공소예절은 바로 그 신앙의 원형을 다시 되살리는 은총의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