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제대 앞, 늘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꽃 한 송이. 누군가 정성스럽게 꽂아두었지만, 이름표도, 설명도 없습니다. 특별히 화려하지도, 눈에 띄게 향기롭지도 않은 그 꽃은 이상하게도 매 미사 때마다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글은 **그 신비한 ‘이름 없는 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누구도 몰랐던 작은 피움, 그러나 누구보다 깊었던 헌신
한 신자가 조용히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미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그녀는 제대 앞에 앉아 작은 바구니에서 정성껏 꽃을 꺼냅니다. 장미도 백합도 아니고, 이름조차 알기 어려운 들꽃들이 고요히 그녀의 손을 따라 꽃꽂이로 재탄생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소개도 되지 않았지만 이 일은 그에게 중요한 하루의 기도입니다.
“신부님, 이 꽃은 아무도 이름을 몰라요. 근데 이상하게 이 꽃만 보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지만, 어쩌면 그 말은 이 꽃이 가진 고유한 ‘신앙의 언어’를 말해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2, 그 꽃은 말하지 않고도 기도합니다
이름 없는 꽃은 제대 앞에서 그저 묵묵히 있습니다. 그러나 미사가 시작되면, 그 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합니다. 신자들의 시선이 모일 때, 그 자리에서 은은한 빛을 품고 그날의 말씀과 기도를 조용히 감싸줍니다.
어떤 날은 흰 들국화가, 또 어떤 날은 작은 들장미가, 때로는 밭가에서 꺾은 코스모스나 봉숭아꽃이 올라옵니다. 계절을 따라, 그리고 그 계절을 걷는 이들의 마음을 따라, 그 꽃들은 말없이도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당신의 삶에도 작은 기도가 피어나고 있나요?”
“이름 없어도, 기억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어요.”
이름 없는 꽃이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미사의 중심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함께 맴돕니다.
3.평범함 안에 담긴 비범한 아름다움
요란한 설명 없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며도 세상을 물들이는 것이 꽃이라면, 신앙도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깊은 곳에서 피어나 진심으로 바쳐진 기도는 언제나 하느님 앞에 가장 빛나는 향기입니다.
그 꽃을 바치는 손길도, 미사를 준비하는 평범한 봉사자도, 그리고 그 옆에 앉은 우리도 모두 이 이름 없는 꽃과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면서도, 하느님의 손 안에서 함께 피어나는 신앙의 정원인 것이지요.
4.마무리하며
미사 시간마다 어김없이 피어나는 ‘이름 없는 꽃’. 그 안에는 기도하는 손길의 헌신, 계절을 품은 자연의 고요, 그리고 하느님의 숨결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 꽃처럼, 세상이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하느님께서 기억하시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성당 제대 앞의 조용한 꽃 한 송이처럼, 우리 삶도 그 자체로 하나의 ‘거룩한 봉헌’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