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청이 주목한 공소의 신학적 가치와 세계적 움직임
“교회는 사제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의 일상이 바로 교회입니다.”이 말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하며 한 연설 중에 나온 내용입니다.그 안엔 단순한 위로 이상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공소의 존재가 가진 교회 안의 의미와 사목적 가능성에 대해, 교황청은 지금 새로운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 공소는 ‘빈자리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신앙이 숨 쉬는 자리입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공소를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신부님이 안 계시니까, 잠시 공소로 대신하는 거죠.”어쩌면 당연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그 말 속엔 어딘가 모르게 공소가 '차선책'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교황청은 이 오래된 시선을 하나씩 바꿔가고 있습니다.공소는 단순한 ‘대체 공간’이 아니라, 신앙이 머물고 자라나는 진짜 교회라는 것이죠.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주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동체”라고 말씀하십니다.그 말처럼, 공소는 누군가의 기도가 쌓이고, 눈물이 젖어 있고, 신앙의 작은 씨앗들이 싹트는 아주 소중한 공간입니다.
성당처럼 웅장하진 않지만, 그 안에는 삶의 무게를 안고 조용히 들어와 앉는 이들이 있습니다.성가대도, 전례단도 없지만, 묵주 한 알 한 알에 깃든 기도가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교황청의 시선도 점점 이 같은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예전에는 공소를 ‘사제가 올 때까지의 임시 수단’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공소야말로 현대 교회가 회복해야 할 소박한 신앙의 원형으로 보는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공소는 더 이상 뭔가 ‘대신하는’ 공간이 아닙니다.그 자체로 완전하고, 그 자리에 모인 이들만으로도 하느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교회입니다.
2. 세계 곳곳, 공소는 조용히 신앙을 지켜내고 있다
공소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흔히 한국이나 일본의 시골 마을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구 반대편에서도 아주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 북부의 아마존 밀림 마을에서는 일요일이 되면 마을 광장 한쪽에 있는 낡은 건물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사제는 두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오지 못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런 걸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누가 복음을 읽고, 누가 성가를 선곡할지를 미리 정해놓고, 매주 예배처럼 말씀 나눔을 이어갑니다.
어느 날, 그곳을 방문한 한 수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제가 없다고 해서 이들이 신앙을 쉬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주도적으로 신앙을 지키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이런 모습은 아프리카의 르완다, 필리핀의 산간 마을, 심지어 캐나다 북쪽의 원주민 공동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교회가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기도’로 유지된다는 것을, 공소는 전 세계에서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2019년, 아마존 지역을 중심으로 열린 **‘아마존 시노드’**에서 이 공소 모델이 교황청의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이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공소는 단순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교회의 모습이자 희망입니다.”
세계를 돌아보면, 공소는 어디에나 있습니다.단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그 조용한 자리에서 믿음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3. 교황청의 메시지: 평신도는 교회의 ‘두 번째 사람’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자리에서 평신도의 능동적인 역할을 강조해 왔습니다.그는 말합니다.
“교회는 모두의 것입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서로를 완성시키는 존재입니다.”
공소는 이 메시지를 가장 실제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공간입니다.여기선 특정한 직분보다, 누가 먼저 초를 켜고, 누가 말씀을 준비하며, 누가 이웃의 안부를 챙기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교황청이 공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사제 수의 감소 때문만이 아닙니다.공소라는 틀 안에서 신자들이 스스로 신앙을 살아내는 모습, 그것이 바로 교회 쇄신의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오래된 것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교회의 가능성
공소는 교회 안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중 하나입니다.하지만 지금, 이 소박한 공간은 가장 새로운 교회 모델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교황청이 공소를 다시 바라보는 눈길 속에는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닌,**“교회는 살아 있는 공동체이며, 모두가 주인이다”**라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사제가 없더라도, 성당이 멀더라도, 누군가 촛불을 켜고 말씀을 펴는 그 자리에서…하느님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