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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산골공소에서 만난 신앙의 기적

by mcstory7 2025. 5. 16.

 

성모마리아조각상 사진

1.길 없는 길 끝에서 만난 공소 하나

베트남 북부, 라오까이(Lào Cai) 주 산악지대를 지나 울퉁불퉁한 진흙길을 따라 몇 시간을 걸으면,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작은 마을이 나옵니다. 전기도, 인터넷도, 의료시설도 없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소,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시골 교우들의 기도처입니다.

어쩌다 이 산골 마을까지 복음이 전해졌을까 하는 의문은 곧 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낡은 십자가, 손으로 그린 복음 말씀,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묵주들
그 안에는 도시에서는 느끼기 힘든 순수한 신앙의 열기가 있었습니다.
말없이 성모상 앞에 앉아 기도하던 할머니 한 분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마을엔 신부님이 1년에 한 번 오셔요. 그날은 마치 성탄절 같지요.”

 

2. 신앙의 기적은 큰 사건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기적이라 하면 병이 낫거나 하늘이 갈라지는 것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산골 공소에서 제가 본 기적은 훨씬 더 조용하고, 더 단단했습니다.
기적은, 3시간 넘는 산길을 걸어 묵주기도에 참석하는 노인의 발걸음에 있었고,읽을 줄 몰라도 성가를 외워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 속에 있었습니다.

한 할머니는 예배 후에도 남아 공소 바닥을 쓸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님이 오시는 자리는 깨끗해야 해요.”
그 분에게는 공소가 건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집이었습니다.
이 믿음이 바로 기적이었습니다.

공소 회장 역할을 맡고 있는 중년 남성은 매주 토요일이면 마을 사람들에게 복음 내용을 읽어주고, 함께 묵상하는 모임을 엽니다. 교육도 받지 못했고 성경을 깊이 공부한 적도 없지만, 그는 누구보다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말씀을 배운 게 아니라, 살아보니 알겠더라고요.”
이 한마디가 사목서 수십 권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3. 없는 것투성이 마을에서 '있는 것' 하나

이 산골 마을에는 많은 것이 없습니다. 물도 부족하고, 아이들은 헌 교복을 돌려 입습니다. 병원이 없어 감기 한 번도 치명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함께 믿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제가 없어도, 성체를 영하지 못해도, 그들은 매주 공소에 모여
말씀을 읽고 기도하고, 서로의 아픈 곳을 껴안습니다.

공소 예절 후, 사람들은 손에 손을 잡고
“Xin Chúa chúc lành cho bạn 하느님께서 당신을 축복하소서
라고 인사합니다.
그 말에는 어떤 위로나 설교보다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마을이 가진 신앙은 바로
함께 기도하는 공동체가 주는 힘, 그 자체가 기적임을 말해줍니다.

 

4. 마무리하며 가장 어두운 곳에서 피어난 빛

베트남 산골 공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말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 손끝, 기도하는 자세 하나하나에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도시의 대형 성당보다 작고, 가난한 마을이지만
그곳에서 저는 하느님 나라가 어떤 곳인지,
신앙의 기적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진하게 느꼈습니다.

신앙은 편리한 조건에서 꽃피는 것이 아니라,
가장 불편하고 부족한 자리에서 더 단단히 자란다는 것.
베트남 산골의 공소는 그 진실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