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Easter)은 유럽 문화에서 종교적 절기를 넘어선 사회적 축제이자 문화유산입니다.
기독교의 깊은 뿌리를 지닌 유럽 각국에서는 부활절을 단지 예배의 날로만 기념하지 않고, 고유한 전통과 방식으로 풍성하게 맞이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럽이 부활절을 어떻게 기념하는지, 종교적 의식, 문화적 풍습, 지역 축제의 형태를 중심으로 세 가지 주요 관점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1. 부활절 전통이 살아 있는 유럽의 교회 예배
유럽은 중세 기독교 문화의 중심지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교회에서 부활절을 중심으로 한 전례와 전통적인 예배 의식을 소중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부활절의 시작은 고난주간(Holy Week)으로, 성목요일(Maundy Thursday), 성금요일(Good Friday), 성토요일(Holy Saturday)을 거쳐 부활주일(Easter Sunday)에 절정을 맞이합니다.
가톨릭과 개신교, 정교회 모두에서 이 주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중심적인 절기입니다.
특히 유럽의 대성당에서는 성금요일 저녁에 십자가 순례(Cross Procession), 성토요일 밤에는 부활 촛불예배(Easter Vigil)가 열리며, 자정 무렵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선언과 함께 대축제가 시작됩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이 시기에 특별한 미사와 합창, 오르간 연주가 더해져 엄숙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동방정교회가 중심인 그리스나 러시아에서는 자정에 ‘빛의 행렬’을 따라 교회를 도는 예식이 이어지고,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 (Χριστός Ανέστη)”라는 인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처럼 유럽의 부활절은 신앙 공동체 중심의 고백과 예배를 통해 그 의미를 진중하게 전달합니다.
2. 부활절의 문화적 요소 – 달걀, 토끼, 음식과 장식
부활절이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일상 속 문화로 자리잡은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유럽의 부활절 풍습입니다. 그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상징은 바로 부활절 달걀(Easter Eggs)입니다.
이 달걀은 새 생명의 탄생과 부활을 의미하며, 유럽 전역에서 달걀 꾸미기, 달걀 굴리기, 달걀 찾기(Egg Hunt) 등의 놀이로 진화했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아이들이 정원을 돌아다니며 달걀을 찾는 부활절 사냥 게임을 즐기고,폴란드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앉아 달걀을 서로 부딪치며 깨뜨리는 의식으로 부활의 기쁨을 나눕니다.
또한 부활절 토끼(Easter Bunny) 역시 유럽에서 시작된 전통으로, 다산(多産)과 생명을 상징하는 동물로서 아이들에게 달걀과 선물을 전해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음식 문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콜롬바 파스칼레’(Colomba Pasquale)**라는 비둘기 모양의 부활절 케이크가,
영국에서는 **‘핫 크로스 번’(Hot Cross Buns)**이라는 십자가 무늬가 새겨진 달콤한 빵이 전통 간식으로 사랑받습니다.
그리스 정교 전통에서는 ‘마가리티스(Magaritis)’라는 달걀빵이 식탁에 오릅니다.
이처럼 유럽의 부활절은 종교적 고백을 시각적, 미각적,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문화 축제로 발전해 왔습니다.
3. 지역별 부활절 축제 – 온 마을이 함께하는 공동체 행사
유럽 각국에서는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된 부활절 축제가 매년 열립니다.
이러한 축제는 관광객에게는 흥미로운 볼거리이자, 지역 주민에게는 전통을 계승하고 공동체를 연결하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스페인의 세비야(Seville)**에서는 부활절을 포함한 고난주간 동안, 매일 밤 **수천 명이 십자가와 성화를 들고 도시를 행진하는 ‘성주간 행렬(Holy Week Processions)’**이 열립니다. 이 퍼레이드는 도시 전체가 하나 되어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는 대규모 행사입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는 남성들이 여성에게 물을 뿌리고 채찍 모양의 나뭇가지를 들고 방문하는 **‘벨리코노체’(Velikonoce)**라는 전통 부활절 의식이 열립니다. 이는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민속 풍습입니다.
핀란드와 스웨덴에서는 아이들이 부활절에 마녀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문화가 있으며, 부활절은 봄을 맞이하는 민속 축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축제는 단순한 종교 의식을 넘어서, 국가와 민족의 문화 정체성을 드러내는 전통 문화의 장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