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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성당의 종소리가 전하는 마음의 평화

by mcstory7 2025. 5. 23.

요즘 우리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게 살아갑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음,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잠시라도 마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싶어 한적한 시골 마을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잊고 지냈던 평화의 소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소리는 다름 아닌, 작은 시골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였습니다.

욕지 공소 사진

1. 마을 언덕 위, 마음을 멈추게 한 소리

낯선 시골 마을을 걷던 어느 날 오후, 갑자기 내 귀에 들려온 종소리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 소리는 요란스럽지도 않았고, 또시끄럽니도 않았습니다. 그 소리는 오래된 벽난로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불빛처럼,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따뜻한 울림으로 느껴졌습니다.

난 소리나는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니, 마을 언덕 위에 조용히 서 있는 성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렇게 빛바랜 벽면, 삐걱대는 나무 문, 성당 앞마당에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가지까지... 모든 것이 너무 조용해서, 마치 시간이 잠깐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종탑에 매달린 오래된 종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모습은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고, 누군가 말없이 내 곁을 지키고 있는 듯한 그 순간, 나는 한참 동안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지만,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언가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가고 있구나.’

나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종소리에 집중했습니다. 들리는 건 종소리 하나뿐인데도, 머릿속의 생각들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요즘 내 일상은 조금 지쳐 있었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딘가 어긋난 듯 느껴졌죠. 그런데 이 낯선 마을의 오래된 종소리는 그 모든 혼란 속에서 나를 붙잡아 주는 하느님의 음성처럼 다가왔습니다.

 

2. 종소리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

그 마을의 하루는 종소리로 시작되고 또 종소리로 마무리된다고 했습니다. 아침 7, 정오 12, 저녁 6. 정해진 시간에 울리는 종소리는 단지 시간 알림이상의 의미였습니다.

그날 저녁, 성당 옆 벤치에 앉아 있던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서울에서 오셨소? 여긴 뭐 딱히 볼 건 없어도, 마음 편안해지는 데는 이만한 데가 없지.”

그분은 40년 넘게 그 성당 종소리를 듣고 살아오셨다고 했습니다.
그 소리 들으면마음이 가라앉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게 되고, ‘, 또 하루를 잘 살아야겠다싶지.”

짧은 말 속에 담긴 신앙의 무게, 그리고 소박한 믿음이 참 깊게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바쁘게 살지 않습니다. 대신, 종소리에 맞춰 일을 쉬고, 기도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 리듬이 부러웠습니다. 하느님이 정해주신 시간표에 따라 살아가는 삶. 도시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평온함이었습니다.

 

3. 조용한 성당 안, 하느님과 나 단둘이

종소리가 멈추고, 성당 문이 살짝 열린 걸 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안에는 누군가가 켜두었을 법한 작은 초 몇 개와 오래된 성가책들, 그리고 자그마한 나무 벤치가 있었습니다.
바깥세상의 소음이 모두 차단된 그 공간은 마치 하느님께서 마련해두신 작은 쉼터 같았습니다.

그 자리에 앉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유는 없었습니다.
다만 그동안 쌓여 있던 마음의 피로가 하나씩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기도문을 외우지도 않았고, 큰소리로 기도하지도 않았지만, 그날 나는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하느님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하느님, 저 많이 지쳤어요. 그런데 여기는참 좋네요. 여긴참 따뜻해요.’

그 말이 마음 안에서 천천히 흘러나오고, 나는 오랜만에 아주 깊게 숨을 쉬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나의 속마음, 걱정, 미련, 후회까지그 조용한 공간이 모두 받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 종소리는 내 안에서 여전히 울리고 있습니다.
바쁜 하루 중 문득 생각날 때면, 눈을 감고 그 시골 성당의 풍경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지금도 들리는 것 같아요.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따뜻한 종소리.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잊고 지낸 마음의 평화를 다시 찾아주는 작으 ㄴ기적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