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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공소 성당에서 피어난 생명의 찬양

by mcstory7 2025. 5. 20.

며칠 전,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아프리카 어느 마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름도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작은 마을. 그곳에, 흙벽으로 지어진 공소 성당 하나가 있다고 했습니다.전기도, 마이크도, 심지어는 의자도 부족한 그곳. 하지만 매주 주일이 되면 사람들은 그 조그만 성당으로 모여든다고 하더군요.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곳이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왠지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이끼낀 성모 마리아 상

1. 소리 없는 땅에 울려 퍼지는 첫 번째 박수

공소에 들어서면, 정적이 먼저 반깁니다.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손뼉을 칩니다. 따라오는 북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노랫소리.가난한 마을의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이 찬양은, 마치 누가 그들에게 생명을 다시 불어넣은 듯했습니다.

악보도, 피아노도, 마이크도 없지만,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한 곡조, 한 소절씩 자신의 온몸으로 찬양을 부릅니다.그 노래가 얼마나 절절하던지, 나중에는 누가 눈물을 훔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그 눈물은 슬퍼서가 아니라, 살아 있어서 흘러나온 것이었습니다.

 

2. 성당이 아니라,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이곳에는 사제가 자주 오지 못합니다.그래서 미사는 한 달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고, 성체성사도 당연히 자주 이루어지지 않지요.그런데도 사람들은 빠지지 않고 공소로 모입니다.어떤 이는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어떤 이는 논에서 일을 마치고 땀이 채 마르기도 전에그리고 누군가는, 오늘 하루도 하느님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그냥 오는 겁니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살아 있다는 게 느껴져요.”그 말을 꺼낸 이는 60이 훌쩍 넘은 농부였습니다.그는 성당이 아니라, 숨 쉴 수 있는 곳이 이 공소뿐이라고 했습니다.믿음은 형식이 아니라 삶이라는 말이, 문득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3. 노래가 전한 것은 복음이 아니라 생명이었다

그날의 찬양은 길었습니다.그리고 이상하리만큼 그 노래는, 가르침도 교리도 넘어서 살아 있음그 자체를 노래하는 듯했습니다.여기서 노래는 예배의 형식이 아니라 희망 그 자체였습니다.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는 이들이 그 주일만큼은 웃었고, 아이들은 그 틈에서 춤을 추었습니다.

찬양이란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일까요?아프리카의 공소에서는, 찬송가 한 곡이 사람을 살리고,공동체 하나가 그 노래로 서로를 안아주었습니다.성직자 없이도, 제단 없이도, 사람들 마음 안에 하느님이 살아 있었습니다.

 

4.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 울었다

그 이야기를 다 들은 날,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나 돌아보게 되더군요.당연한 듯 받아온 성체, 시계를 보며 드린 미사, 형식에 묶여 잊었던 감사의 마음들

반면,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그 마을에서는노래 하나로, 서로의 삶을 끌어안으며 하느님께 나아가고 있었습니다.그것이야말로 찬양이고, 그것이야말로 생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