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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소에서 울려 퍼진 성탄곡

by mcstory7 2025. 5. 25.

만년필과 성경사진

1. 눈발 속 공소, 다섯 명의 크리스마스

창밖에는 눈이 소복이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반짝이는 트리와 캐럴이 넘쳐나는 그날 밤, 작은 시골 공소 안에도 조용히 불이 밝혀졌습니다.

신자 다섯 명.

이 공소의 평일 미사나 주일예절에 참석하는 이들의 전부였습니다. 연세 지긋한 할머니 두 분, 동네 교사, 중학생 손녀, 그리고 공소 회장님.

이 다섯 명이 모여 만든 성탄절 밤은, 세상의 어떤 대성당보다도 고요하고 깊었습니다.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아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신자가 아니어도, 이 공소엔 하느님께 드릴 찬미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2. 캐럴이 아닌 기도로 불린 '고요한 밤'

낡은 오르간은 오래전부터 멈춰 있었습니다. 성가대도, 악기도 없었지만, 회장님은 오래전 성탄미사에서 불렀던 노래를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성가대입니다. 목소리가 곧 기도예요.”

그 말에 누군가 쑥스럽게 웃었고, 또 누군가는 목이 메었습니다. 누군가가 조용히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흥얼이기 시작하자, 모두가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울림은 작았지만, 그 노래가 머문 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따뜻하고 깊었습니다.

그 찬송은 그냥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올해도 이렇게 모여 기도할 수 있다는 감사,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였습니다.

 

3. 예수님께 드린 선물, 함께 있음의 기적

그날 공소에는 성탄 트리도 없고, 선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섯 명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 자체가 선물이에요. 우리가 함께 있는 것.”

예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아마도 서로를 향한 진심과, 외롭지 않게 옆에 있어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조용한 성가가 멈춘 뒤에도, 누구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래 머물며 성체 앞에 촛불을 켜고, 한 사람씩 기도를 바쳤습니다.

할머니는 손주를 위해, 교사는 반 아이들을 위해, 아이는 병원에 계신 엄마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소리 없이 찾아오는 성탄의 은총

누군가는 성탄절을 특별한 행사나 분위기 속에서 찾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없이, 단지 기도로만 그 밤을 보냅니다.

작은 공소, 신자 다섯 명, 그러나 거기에 분명 하느님께서 먼저 와 계셨습니다.

올해 성탄절엔 당신도 잠시 조용히 눈을 감고, 누군가의 이름을 마음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소리 없이 찾아오는 진짜 은총이 바로 그 자리에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