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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도 성체를 품은 아프리카 신부의 사연 (신앙, 생명, 인간애)

by mcstory7 2025. 5. 11.

세상의 가장 낮고 험한 자리에서, 한 사제가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았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권력도, 돈도 아닌 바로 성체였습니다. 이 글은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서 순교한 한 신부의 실화를 통해, 인간애와 믿음이 무엇인지 되묻는 이야기입니다. 죽음 앞에서도 사랑을 선택한 그의 짧고도 강한 생애를 함께 따라가 봅니다.

산타마리아 성당 사진

 

1. 오지에서 들려온 짧은 이야기

그는 유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름 석 자조차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그의 죽음도 뉴스 한 줄로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그가 살았던 삶은 결코 짧지도, 가볍지도 않았습니다.
파트릭 무카사(Patrick Mukasa)’ 신부. 우간다 북부, 고립된 한 마을에서 사목 활동을 하던 젊은 사제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파파 파트릭이라 불렀습니다. 언제나 맨발에 가까운 샌들을 신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농부들과 함께 땅을 일구던 그는 기도보다 웃음이 먼저인 신부로 통했습니다.

당시 이 지역은 반군과 정부군 간의 무력충돌이 계속되던 곳이었습니다. 마을은 자주 불에 타고, 사람들은 이유 없이 끌려갔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신부는 마지막까지 남아야 합니다. 성체가 사람들에게 남아 있어야 하니까요.”

 

2. 성체와 함께 걷는 길

무카사 신부는 매일 아침, 작고 오래된 감실에서 성체를 꺼내 조심스레 자신의 가슴 안에 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직접 집집마다 걸어 다니면서 성체를 나눴습니다. 어떤 날은 도랑을 건너고, 어떤 날은 탄환이 스친 논밭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야 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성체를 들고 나간 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작은 종이통 안에 성체를 모시고, 병든 노인을 방문한 뒤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갑작스레 마주친 무장 병사들. 그들은 그가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위협했고, 끝내 총구는 그를 향했습니다.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신부는 말없이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켰다고 합니다. 그곳엔 성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총탄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끝까지 그가 품고 있었던 것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던 생명의 빵이었습니다.

 

3.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그의 장례식은 소박했습니다. 나무관 대신 천으로 감싼 그의 몸 위에, 마을 사람들은 고구마와 옥수수를 올렸습니다. 그가 평소 가장 많이 나눠주던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먹게 해줬어요.” 한 노인의 말은 울림이 컸습니다.

무카사 신부의 성당은 전쟁으로 무너졌지만, 그가 지나가던 흙길에는 지금도 작은 십자가들이 세워졌습니다. 아이들은 그 길을 신부님 길이라 부릅니다. 어떤 아이는 나뭇가지로 성체를 흉내 내며 혼자 미사를 따라 하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죽은 자는 사라졌지만, 그의 믿음과 사랑은 사람들의 손과 발, 가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은 단지 말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며, 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그는 온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가장 먼저 쥔 것이 성체였고, 그 품 안에 담긴 건 단지 종교의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려는 인간에 대한 깊은 존중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도 삶의 바쁜 길목에서 멈춰 서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어떤 것을 끝까지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품 안에 다른 이들을 위한 사랑이 함께 담겨 있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