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마스크 너머로 표정을 잃은 사람들, 병원 밖을 떠도는 가족들의 눈물, 그리고 멀리서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한 이별들이 이어졌습니다. 모두가 불안과 공포에 떨며 거리를 둘 때, 오히려 한 발 더 다가선 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먼저 환자들의 곁에 섰고,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병원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름 없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킨 그 이탈리아 신부의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1. 모두가 물러날 때, 그는 다가갔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국가였습니다. 특히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의 병원들은 환자들로 넘쳐났고, 의료진은 한계 상황에 몰렸습니다. 이때, 한 노(老) 사제가 조용히 병원으로 들어섰습니다.
그의 이름은 주세페 베라르델리(Giuseppe Berardelli), 72세의 가톨릭 사제로, 크레모나 교구의 작은 본당에서 평생을 살아온 분이었습니다.
베라르델리 신부는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코로나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자 스스로 병원 봉사를 신청했습니다. 의료진이 “신부님은 보호받으셔야 할 분입니다”라고 만류했지만, 그는 담담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나를 지키는 게 아니라 누군가 곁에 있어주는 일입니다.”
2. 병동에서 맞이한 또 다른 사목
병동은 말 그대로 혼돈의 한복판이었습니다. 의료진은 탈진했고, 산소 공급은 부족했고, 날마다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이 밀려들었습니다. 그 누구도 여유가 없었고, 누구 하나 곁에 있어줄 수 없었던 그 자리에, 조용히 한 사제가 보호복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베라르델리 신부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두려워 마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손끝으로 온기를 전하고, 기도로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습니다. 숨이 가빠오는 사람들 옆에서, 그는 함께 눈을 감고 '주님의 기도'를 속삭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신부님께 배정된 산소호흡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병원은 호흡기 하나가 생사를 가르는 현실이었기에, 모든 선택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 장비를 젊은 환자에게 양보했고, 자신은 곧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졌습니다.
누군가에게 생명을 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그는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3. 누군가를 위한 죽음, 모두에게 남은 삶
신부님의 죽음은 조용했지만, 그 여운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SNS에는 “진짜 성인은 여기 있었다”는 글이 이어졌고, 그의 이름은 하루아침에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마을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노인을 찾아가 안부를 묻던 ‘우리 신부님’이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시골 예배당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로 성찬례를 드리던 평범한 사제였습니다. 늘 그렇게 조용히, 묵묵히 사람 곁에 있던 분이었습니다.
장례식은 코로나로 인해 성당조차 허락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창문을 열어 촛불을 들고, 기도로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손을 흔들며, 박수를 치며,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를 속삭였습니다.
베라르델리 신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나눈 사랑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가 양보한 산소호흡기로 살아난 어느 젊은이는 지금 어딘가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누군가의 마지막 선택 덕분에 여전히 숨 쉬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