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평생 무연고자를 돌본 수녀의 마지막 소원 (헌신, 사랑, 존엄)

by mcstory7 2025. 5. 12.

성 마르코 대성당 사진

1. 아무도 없는 사람 곁에 있어 주신 수녀님

한국의 한 작은 병원, 이름 없이 찾아온 이들을 맞이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언제나 늘 한 분의 수녀님이 계셨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마리아 수녀님이라 불렀지만, 그 외에도 그녀에게는 더 많은 이름이 있었습니다. ‘엄마’, ‘자매님’, ‘사회에서 버려진 노인, 병든 사람,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무연고자들이 그녀의 곁에 머물며 그렇게 그녀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마리아 수녀님은 수도원에서 편안한 생활을 할 수도 있었으나, 스스로 서울 변두리의 병원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40년 넘게 고독사와 맞서 싸우며 환자들의 곁을 지켰습니다.

수녀님은 사람은 누구도 혼자 죽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품고, 고통과 외로움 속에 버려진 이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습니다. 누군가의 이마를 쓰다듬고, 마지막 숨결을 함께하며,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위대한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해 왔습니다.

 

2. 수녀님의 마지막 소원

그녀는 한 번도 자신의 삶을 특별하다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매일같이 병원 복도와 병실을 오가며, 손에 물집이 생기고 허리가 굽을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이의 죽음을 배웅하고도, 자신의 마지막만큼은 조용히 지나가길 바랐던 마리아 수녀님. 그러나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뜻밖이었습니다.

내가 돌보았던 사람들의 이름이 다시 불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는 병원 장부 속, 수천 명의 무연고자의 이름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있었습니다. 그중 일부는 단지 홍길동’, ‘무명씨로 기록되어 있었지만, 수녀님은 기억하려 애쓰셨고, 그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되뇌며 기도하셨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그들이 세상에서 잊혔더라도, 하느님께서는 이름을 알고 계시니까요. 누군가는 다시 한 번 불러주기를 바랐습니다.”

그 소원은 마치 시처럼, 그러나 너무나 인간적으로 우리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잊힌 이들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며 눈을 감았던 수녀님. 그녀의 마지막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세상 어딘가에 남아 있는 잊힌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3.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방식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정보와 자극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누군가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곤 합니다. 그러나 수녀님은 한 사람, 한 이름, 한 인생을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억하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됨의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그녀는 세상에 없지만, 그녀가 남긴 이름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기도 속에서 불리고 있습니다.

마리아 수녀님의 삶은 묻습니다. 그리고 항상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살고 있습니까?”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이름 없는 사람들을 외면합니까?”

우리는 그녀처럼 모두를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하루 누군가를 향해 따뜻한 말 한마디, 다정한 눈빛을 건넬 수 있다면, 그 또한 수녀님이 원했던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