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환경운동 전면에 나선 필리핀 사제의 녹색신학 (생명, 믿음, 책임)

by mcstory7 2025. 5. 13.

누군가는 교회에서, 누군가는 책상 앞에서 하느님을 만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 필리핀 사제는 말합니다.
저는 숲속에서, 바람 속에서, 병든 나무를 껴안을 때 하느님을 느낍니다.”
그는 교회보다 강가에, 강단보다 나무 그늘 아래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이 글은 자연을 돌보는 일이 신앙의 본질임을 믿고 몸소 실천한 한 사제의 삶을 따라갑니다.

성모마리아 동상사진

 

1. 쓰레기 마을에서 태어난 신부의 질문

에두아르도 에슬레르 신부는 필리핀 루손섬의 작은 쓰레기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신발도 없이 쓰레기 더미를 오가며 자랐고, 그곳에서 병들고 쓰러져가는 이웃들을 매일 보며 자랐습니다.

아주 어릴 땐 그저 두려웠습니다. 왜 우리 집은 물이 새는 천막뿐인지, 왜 엄마는 항상 기침을 하는지, 왜 강은 회색으로 흐르는지어린 마음엔 물음표가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자랄수록, 그는 교회에서 답을 찾고 싶어졌습니다.
하느님은 이 땅을 아름답게 창조하셨다고 했는데, 왜 우리는 이토록 아픈 땅에서 살아야 할까?”

그는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원했던 건 성당 안의 정갈한 삶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처럼 쓰레기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걷는 신부가 되는 것. 그래서 그는 신학교를 나와 곧바로 마을로 돌아갔고, 그때부터 그의 녹색 사목은 시작되었습니다.

 

2. “미사는 숲에서도 드릴 수 있습니다

에슬레르 신부는 새벽이면 사람들과 함께 바다 쓰레기를 주웠고, 낮엔 농촌의 아이들과 나무를 심었습니다. 어떤 날은 강 옆에서, 어떤 날은 언덕 위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제단은 나무 판자, 향은 숲의 흙내음이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하느님은 이 성경책에도 계시지만, 저 나무에도, 땅에도, 물에도 살아 계십니다.”

신부는 녹색신학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에겐 어려운 신학 이론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성당엔 플라스틱 물병 대신 재사용 컵이 놓였고, 미사 시간엔 우리가 파괴한 자연을 위한 기도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를 초록 신부님이라 불렀습니다. 그는 웃으며 말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이 나무를 심는 게 기도입니다. 하늘만 보지 말고, 땅도 바라보자고요.”

 

3. 위협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이유

환경을 지키는 일이 늘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닙니다. 그는 개발업자들이 강을 매립하고 산림을 무단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차례 시위와 점거에 나섰고, 그 때문에 살해 협박도 수차례 받았습니다. 자동차 유리에 깨진 유리병이 던져졌고, 성당 문 앞엔 협박 쪽지가 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모아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저 혼자는 약하지만, 우리가 함께 서면 이 숲도 살 수 있습니다.”

신부는 그저 말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걷고, 품고, 안아주었습니다. 마을 어귀의 아픈 나무도, 쓰러진 이웃의 집도. 그는 손으로 다 만지며 신앙을 전했습니다. 그 손엔 성경책보다 흙먼지가 더 자주 묻어 있었습니다.

 

결론: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흙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에슬레르 신부는 지금도 그 마을에 머물며 나무를 심고, 아이들과 강가를 걷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성당보다 숲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는 여전히 미사를 드립니다. 다만 제단이 나무이고, 성가대가 새들의 노랫소리일 뿐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신앙은 머리로만 믿는 것이 아닙니다. 뿌리를 내리고, 땀 흘리고, 지켜내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나는 자연을 믿음 안에서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
한 사제의 조용한 삶이 우리에게 전하는 답은 이렇습니다.
하느님은 숲과 강, 그리고 흙을 지키는 그 마음 안에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