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40 미사 시간마다 피어나는 ‘이름 없는 꽃’의 기도 성당 제대 앞, 늘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꽃 한 송이. 누군가 정성스럽게 꽂아두었지만, 이름표도, 설명도 없습니다. 특별히 화려하지도, 눈에 띄게 향기롭지도 않은 그 꽃은 이상하게도 매 미사 때마다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글은 **그 신비한 ‘이름 없는 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누구도 몰랐던 작은 피움, 그러나 누구보다 깊었던 헌신한 신자가 조용히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미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그녀는 제대 앞에 앉아 작은 바구니에서 정성껏 꽃을 꺼냅니다. 장미도 백합도 아니고, 이름조차 알기 어려운 들꽃들이 고요히 그녀의 손을 따라 꽃꽂이로 재탄생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소개도 되지 않았지만 이 일은 그에게 중요한 하루의 기도입니다.“신부님, 이 꽃은 아무도 이름을.. 2025. 5. 24. 공소를 지켜온 평신도 회장님의 수첩 1. 수첩 속 첫 장, 늘 같은 시작“오늘도 공소 문을 엽니다.”평신도 회장 김 회장님의 수첩은 항상 이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이른 새벽, 바람이 차가운 날에도 그분은 먼저 나와 불을 켜고, 조용히 성체 앞에 앉아 기도하곤 하셨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낡은 노트지만, 이 수첩은 김 회장님에게는 공소의 하루를 여는 ‘열쇠’였습니다.그 속에는 평범한 날들이 하나하나 적혀 있습니다. 어떤 날은 청소를 도운 초등학생 이름이, 어떤 날은 아픈 교우의 안부가, 또 어떤 날은 비 오는 날 미끄러워 넘어질까 걱정한 어르신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기록들은 숫자도, 명예도 아닌 사람을 기억하는 신앙의 언어였습니다. 2. 사제 없는 공소, 모두의 손으로 지켜낸 믿음우리 공소에는 신부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2025. 5. 24. 시골 성당의 종소리가 전하는 마음의 평화 요즘 우리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게 살아갑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음,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잠시라도 마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싶어 한적한 시골 마을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잊고 지냈던 평화의 소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그 소리는 다름 아닌, 작은 시골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였습니다.1. 마을 언덕 위, 마음을 멈추게 한 소리낯선 시골 마을을 걷던 어느 날 오후, 갑자기 내 귀에 들려온 종소리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 소리는 요란스럽지도 않았고, 또시끄럽니도 않았습니다. 그 소리는 오래된 벽난로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불빛처럼,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따뜻한 울림으로 느껴졌습니다.. 2025. 5. 23. 성당 벽에 남겨진 손글씨의 사연 바람에 낡은 벽, 그 위에 남은 작은 흔적어느 시골 마을.미사를 마치고 성당 뒤쪽 마당을 산책하다 우연히 마주친 풍경이 있었다.그곳은 오래된 창고처럼 보이는 성당 부속 건물의 외벽, 햇볕과 비에 바랜 콘크리트 벽이었다.처음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가니, 그 위에 희미한 연필 자국 같은 글씨들이 보였다.정리되지 않은 문장들, 삐뚤빼뚤한 글씨, 누군가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 있는 말들. 처음엔 장난인가 싶었지만, 한 줄 한 줄 읽다 보니그 글씨들이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기도이자 기록이자 삶의 흔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1. 벽에 새겨진 기도들벽 한 귀퉁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주님, 아버지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성모님, 저희 집 좀 도와주세요.”그 옆에는 다른 누군가의 글씨가 겹쳐 .. 2025. 5. 23. 성당 문지기 강아지 ‘복실이’ 이야기 복실이를 처음 본 건 어느 맑은 주일 아침이었습니다.성당 입구 돌계단 한쪽에 하얀 털뭉치가 동그랗게 누워 있었어요.처음엔 웬 인형인가 했죠.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자 고개를 들더니 꼬리를 살짝 흔들더군요.“복실이예요.”옆에서 지나가던 자매님이 말해주셨습니다.“성당 마당 지키는 우리 강아지예요. 신부님보다 먼저 와요.”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미사에 올 때마다 저도 모르게 복실이부터 먼저 찾게 된 게.1. 아침마다 제일 먼저 오는 친구복실이는 정말 일찍 옵니다.해가 겨우 떠오를 무렵이면 벌써 성당 마당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어요.현관 앞 돌계단 옆이나, 나무 그늘 밑, 혹은 성모상 아래.자리를 바꿔가며 사람들을 지켜봅니다.교우들이 하나둘 도착할 즈음,복실이는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사람을 한 번씩 바라봅니.. 2025. 5. 22. 본당 밭에서 자라는 감자와 믿음 “신부님, 감자 싹이 났어요!”교리가 끝나고 한 아이가 소리치며 뛰어오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성당 마당을 돌고 돌아서 예배당 뒤편으로 가보니, 정말 한 줄, 두 줄 초록빛으로 빛나는 감자 싹이 땅을 박차고 나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햇볕이 따뜻하게 내려앉아 아직 물기가 있는 흙 위로마치 손가락처럼 쏙쏙 올라온 감자싹들이 한껏 웃고 있었습니다.그날은 그냥 밭을 한 바퀴 둘러본 것 뿐이었지만,왠지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들었습니다.무언가를 심고, 자라고,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이 공동체에게는 작은 기적 같았거든요.1. 감자를 심던 날, 삽질보다 많았던 웃음소리햇살이 따뜻하게 퍼지던 오후 어느 날.성당 마당 한쪽에 있던 잡초 가득한 땅을 정리하고,본당 신부님과 신자들이 함께 감자심기를 시작했습니다.누군가는 호.. 2025. 5. 22. 이전 1 2 3 4 5 6 7 8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