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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없는 성당, 공소예절의 영적 의미 조용한 성당에서 피어나는 신앙의 숨결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하느님과의 만남을 미사 시간에만 한정짓곤 합니다. 주일 아침 성당에 나가 미사를 드리고 성체를 영하는 시간이 가장 거룩한 순간이라는 믿음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사가 없는 날이나 사제가 없는 자리에서 하느님이 부재하신다는 뜻은 아닙니다.특히 농촌이나 도서지역처럼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곳에서는, 주일에도 신부님이 오시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그런 날, 신자들은 스스로 모여 공소예절을 드립니다. 미사가 없는 자리에서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기도와 말씀,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 예절은 오늘날 교회가 회복해야 할 ‘신앙의 본질’을 조용히 가르쳐줍니다.그렇다면, 사제 없이 드리는 공소예절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 2025. 5. 15.
라틴아메리카 소공동체 공소 사목의 현장 이야기 1.가난 속에서 피어난 신앙, 라틴아메리카의 공소브라질의 외곽, 멕시코의 산골 마을, 페루의 고산지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지역에는 여전히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교회, 즉 **‘공소(Chapela)’**가 수없이 존재합니다.넓은 대지와 열악한 도로 사정, 빈곤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본당 신부님이 모든 지역을 다 돌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소공동체 기반의 공소 사목은 이 지역 신앙의 실질적인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공소는 이곳 사람들에게 단지 기도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를 키우고, 장례를 치르고, 슬픔을 나누고, 희망을 품는 ‘삶의 중심’이자 신앙과 공동체가 연결되는 가교입니다. 2. 평신도가 교회의 심장이 된 현장라틴아메리카의 공소 사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평신도 지도자’들의 활약입니.. 2025. 5. 15.
공소에서 배우는 공동체의 힘, 현대 교회에 주는 메시지 1. 작지만 단단한 믿음의 울타리, 공소란 무엇인가도심의 바쁜 일상 속에서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단어, ‘공소(公所)’. 하지만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공소는 결코 작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습니다.공소는 성직자가 상주하지 않는 지역에서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신앙 공동체로, 특히 시골이나 산간, 섬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신앙의 중심 역할을 해왔습니다.미사가 없는 날에도 묵주기도와 말씀 봉독을 통해 공동체는 이어졌고, 공소 회장을 중심으로 신자들은 서로 돌보며 믿음을 지켜왔습니다.공소는 단순한 예배의 공간을 넘어, 함께 기도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삶 자체가 신앙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중한 신앙의 학교였습니다. 2. 공소가 보여준 공동체의 힘공소는 말 그대로 ‘교회가 없는 곳에서의 교회’였습니다. 신.. 2025. 5. 14.
공소 회장님의 하루, 평신도 사목의 진짜모습 “신부님은 멀리 계셔도, 우리는 여전히 함께 기도합니다.” 이름 없는 사목자, 그 조용한 발걸음도심의 본당처럼 성가대와 전례팀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강론이나 다양한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시골 공소 안에는 여전히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숨결이 살아 있습니다.그 중심에는 누군가의 이름 없는 헌신이 있습니다.바로 ‘공소 회장님’이라 불리는 이들입니다.많은 이들이 신앙생활의 중심을 ‘미사’에 두지만, 공소처럼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곳에서는 신자들이 스스로 예절을 준비하고 공동체를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그리고 그 일을 ‘직업도 아닌데’, ‘보수도 없는데’, 매일같이 감당하는 이가 바로 공소 회장입니다.그분의 하루는 단순한 반복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앙을 행동으로 살아내는 평신도 사.. 2025. 5. 14.
한국 천주교 공소의 역사: 박해 속에서 피어난 신심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을 거닐다 보면, 오래된 마당 저쪽 골목 어귀에서 종소리도 없이 조용히 서 있는 작은 건물을 발견하곤 합니다. 바로‘공소(公所)’입니다. 웅장한 성당도,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도 없지만, 그 안에는 몇 세대에 걸쳐 이어진 깊고 단단한 소박한 신앙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한국 천주교의 공소는 단순한 예배 공간을 넘어, 한국 신앙사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유산입니다. 공소는 성직자가 상주하지 않는 지역에서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며 신앙생활을 이어온 공간으로, 본당 성당의 ‘작은 지체’로 불리곤 합니다. 하지만 그 작은 지체가 지탱해낸 시간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1. 성직자가 없던 시대, 신자들이 만들어낸 신앙의 울타리18세기 말, 조선 후기에 천주교는 서학(西學)이라는 .. 2025. 5. 13.
환경운동 전면에 나선 필리핀 사제의 녹색신학 (생명, 믿음, 책임) 누군가는 교회에서, 누군가는 책상 앞에서 하느님을 만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 필리핀 사제는 말합니다.“저는 숲속에서, 바람 속에서, 병든 나무를 껴안을 때 하느님을 느낍니다.”그는 교회보다 강가에, 강단보다 나무 그늘 아래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이 글은 자연을 돌보는 일이 신앙의 본질임을 믿고 몸소 실천한 한 사제의 삶을 따라갑니다. 1. 쓰레기 마을에서 태어난 신부의 질문에두아르도 에슬레르 신부는 필리핀 루손섬의 작은 쓰레기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신발도 없이 쓰레기 더미를 오가며 자랐고, 그곳에서 병들고 쓰러져가는 이웃들을 매일 보며 자랐습니다.아주 어릴 땐 그저 두려웠습니다. 왜 우리 집은 물이 새는 천막뿐인지, 왜 엄마는 항상 기침을 하는지, 왜 강은 회색으로 흐르는지… 어린.. 2025. 5. 13.